::: 매암제다원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

매미가 날려버린 이주노동자의 꿈 그리고 실상사에서... 05.03.25 8:31
강동오 HIT 4621
이주노동자밴드2.jpg (46.4 KB) DOWN 68


매미가 날려버린 이주노동자의 꿈 그리고 실상사에서...

매미가 날려버린 이주노동자의 꿈 ,
그리고 실상사에서...

From affirmative action to the arts.

- 행사 첫날(12일)

추석 뒷날 늦은 오후. 하동군 악양면에는 태풍 매미의 북상과 함께 노동자들이
모여들고 있었으니. 그들은 매암 차문화박물관에서 하는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는
한가위' 행사에 참여하는 노동자들이었다.

일년에 두 번 명절때만 그런 대로 맘껏 여유를 즐길 있는 이주노동자들, 태풍매미가
최근 들어 가장 위력이 센 놈이라는 뉴스를 접했지만 절대로 취소할 수가 없었다.
그들에겐 추석이 시작되기 전부터 손꼽아 기다리던 소풍이었기 때문이다.
결론은 강행 - 하지만 하느님의 질투는 그리 녹록하지 않았으니.

어렵사리 저녁식사를 했다. 음식물 반입이 안된다는 박물관에 유물을 치우고 즉석해서
식당으로 사용했다 - 관행을 무시한 관장님의 결단 - 훌륭하단 말밖엔.

식사 후 가까운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본격적인 행사가 시작되었다.
오랜만에 맛보는 해방감에, 100명(이주노동자56명)에서 조금 모자라는 인원이었지만
엄청난 성원 속에 시작할 수 있었다.
바이러스(진주지역사회인 노래패)의 노래, 구례 동편제 전수팀의 판소리-각설이타령과
마술-민요, 주상아(지리산의 여가수)씨의 열창과 이주노동자 노래자랑의 순서로
진행될 계획이었다.
약간은 지루한 판소리가 끝나고 이제부터 정말 재미있고 열정적인 어우러짐이
시작되려는 순간. 갑작스런 정전. 조금 있으면 불이 들어오겠지 하는 희망으로
어둠 속에서도 노래를 부르며 기다렸다.
하지만 체육관창문을 날려 버릴 듯 한 비바람소리에 우린 질려버릴 수밖에 없었다.
목숨을 걸고 구해온 양초와 몇 개의 렌턴으로 칠흙 같은 어둠은 밝힐 수 있었지만
행사를 더 진행할 여지는 없었다.
어렵게 비바람을 마다 않고 와주신 공연자들의 허탈함과 아쉬움으로 커다란 눈만
껌벅 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표정을 보면서 사회를 보던 난 무기력하게 눈시울만
붉힐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모인 사람들의 안전만을 생각하기로 하고 바람이 잠시 약해진 틈을 타서
신속하게 숙소로 이동했다. 그나마 아무런 사고 없이 숙소에 온 것에 안도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 행사 둘째 날(13일)

토요일 아침.
언제 그랬냐 .... 날씨는 맑다.
선명한 무지개마저도 아름답기보단 우릴 놀린 듯 하여 기분 나쁘다.
가증스런 매미....

섬진강 특산물 재첩국으로 배를 채우고 '최참판댁'(토지의 배경)을 구경하고
실상사로 갔다. 이주노동자의 반란은 실상사로 가는 버스 안에서 일어났다.
도저히 어제 밤에 떠들썩하게 놀지 못한 아쉬움으로 대구로 돌아가도 잠이 오질
않겠다는 것이었다.
절을 구경하고 도법스님의 평화와 인류화해에 대한 설법을 잠시 듣고
(사실 그들 중에 우리말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은 열 명도 되지 않았지만 모두
진지하게 들었다.)
우리는 선방(강당)에서 못 다한 노래자랑을 시작했다.
어제 밤에 공연이라기 보단 사람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쌩으로 노래한 주상아씨가 동을
뜨고 바로 이어서 이주노동자들의 어설프지만 열정적인 노래자랑이 이어졌다.
물론 다들 일어서서 박수 치고 춤추면서, 흔히 말하는 해치 분위기로.
소란스런 뽕짝소리가 실상사 경내에 은은히 퍼졌다.
또 한번 실상사의 아름다움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껄쭉한 뒤풀이가 끝나고 실상사를 나오는 이주노동자들의 얼굴엔 상기된 미소가 넘쳤다.


""만국의 노동자여!!! 어울려 놀아라...""
그대가 잃을 것은 국적이요 얻을 것은 기쁨이다.

- 이주 노동자와 실상사에서 작별하고
하늘을 보니 이제 정말 가을이다. 어제까지 만해도 아직도 여름이란 느낌이었는데.
"매미가 만든 가을"이라!!!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서 또 한번 실상사의 넉넉한 품에 안겨보았다.

온갖 수고로움에도 끝까지 이주노동자에게 사랑을 보여주신 도우미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JY